외주 개발이 끝나고 서비스가 잘 돌아가면 대부분의 발주사는 저작권 문제를 떠올리지 않습니다. 문제가 드러나는 시점은 보통 그 다음입니다. 다른 업체로 유지보수를 옮기려 할 때, 기능을 크게 확장하거나 리뉴얼하려 할 때, 투자 실사나 인수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보유 현황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그제야 "우리가 개발비를 다 냈는데 소스코드와 저작권이 우리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오해의 뿌리는 저작권법의 기본 원칙에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호는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합니다. 즉 실제로 만든 사람에게 권리가 원시적으로 귀속되는 창작자주의입니다. 비용을 부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저작권이 자동으로 발주사에게 넘어오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권리 이전을 명확히 적어 두지 않으면, 돈은 발주사가 내고 저작권은 개발사에 남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여기서 많이 인용되는 것이 저작권법 제9조입니다.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달리 정한 것이 없으면 그 법인이 된다는 규정입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 즉 고용관계에 있는 직원이 만든 저작물에 적용됩니다. 외부 업체에 맡기는 도급·위탁 개발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98다60590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 저작자에 관한 규정은 프로그램 제작 도급계약에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며, 주문자가 기획과 자금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개발업자의 인력만 빌려 개발자가 사실상 주문자에게 고용된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프로그램 저작권은 이를 개발한 수급인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발주사가 기획서를 주고 대금을 치렀다는 사정만으로는 저작권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조항이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입니다.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는 양도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일반 원칙입니다. 다만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반대로,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개발 산출물에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기획 문서, 디자인, 이미지 같은 일반 저작물이 섞여 있기 때문에, 결국 항목별로 특약을 명확히 두지 않으면 어디까지 넘어왔는지가 흐려집니다.
정리하면 저작권 확보는 "당연히 되는 일"이 아니라 "계약서에 적어야 되는 일"입니다. 발주사 관점에서 계약과 인수 단계에 반영할 항목을 체크리스트로 나눠 보겠습니다.
이 조항과 검수 항목은 개발이 끝난 뒤 추가하려 하면 협상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대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에서 저작권 양도를 다시 요청하는 것과, 계약 단계에서 조건으로 명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따라서 저작권과 소스코드 인도 조건은 착수 전 계약서에서 확정해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외주 개발에서 발주사가 지켜야 할 핵심은 단순합니다. 저작권은 지불로 자동 이전되지 않으며, 계약서의 양도 조항과 인수 검수 게이트로 확보해야 합니다. 창작자주의와 대법원 판례를 이해하고 계약서를 점검하면, 서비스가 성장한 뒤 유지보수사 교체나 투자 실사 국면에서 겪는 권리 분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계약 구조 설계부터 소스코드·형상관리 이력 인도까지 함께 챙기는 SI 개발 파트너가 필요하시다면 SI·업무 시스템 개발 서비스에서 상담을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