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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솔루션 발주, 벤더에 묶이지 않으려면: MCP 표준화가 바꾼 계약과 검수 기준

2026.09.176분

AI 발주의 진짜 리스크는 '모델'이 아니라 '연결 방식'입니다

AI 자동화 솔루션을 발주하는 자리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질문은 "어떤 모델을 쓰느냐"입니다. 하지만 도입 1년, 2년 뒤에 발주사를 실제로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모델이 아니라 연결 방식입니다. 사내 ERP, 고객 데이터베이스, 메신저, 결제 시스템에 AI를 붙일 때 벤더가 자기만 아는 독자 커넥터로 엮어 두면, 나중에 모델이나 벤더를 바꾸려는 순간 연동 전체를 다시 짜야 합니다. 이때 발주사는 성능이 아니라 '이사 비용' 때문에 기존 벤더에 계속 묶입니다.

a computer chip with the letter a on top of it

이 종속을 구조적으로 줄여 주는 흐름이 표준 프로토콜의 등장입니다. Anthropic은 2024년 11월 25일 공식 발표('Introducing the Model Context Protocol')에서 AI 애플리케이션(클라이언트)과 외부 데이터·도구(서버)를 잇는 단일 개방형 표준으로 MCP를 오픈소스 공개했습니다. 앱마다, 데이터원마다 별도 커넥터를 만들던 조합 폭발 문제를 하나의 규격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입니다.

MCP는 왜 발주 기준을 바꿨나

표준이 '사실상 업계 공통'이 되었는지, 특정 회사 소유로 남아 있는지는 발주사 입장에서 큰 차이입니다. Linux Foundation 공식 보도자료와 Anthropic 발표('Donating the Model Context Protocol and establishing the Agentic AI Foundation', 2025년 12월 9일)에 따르면 Anthropic은 MCP를 Linux Foundation 산하 벤더 중립 기구인 Agentic AI Foundation(AAIF)에 기부해 거버넌스를 한 회사 밖으로 옮겼습니다. 공동 창립사는 Anthropic·Block·OpenAI이며 Google·Microsoft·AWS·Cloudflare·Bloomberg 등이 플래티넘 멤버로 참여했습니다. 규격의 주인이 특정 벤더가 아니라는 점은, 그 규격에 맞춰 만든 연동이 한 회사의 사업 방향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확산 규모도 참고가 됩니다. MCP 공식 블로그 'The 2026 MCP Roadmap'(2026년 3월 기준)은 월간 SDK 다운로드가 출시 초기 약 200만 건에서 2026년 3월 9,700만 건을 넘어섰고 GitHub 스타가 8만 1천 개를 상회하며, Anthropic·OpenAI·Google·Microsoft·AWS 등 주요 벤더가 모두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운영 관점에서 더 중요한 변화는 구조입니다. MCP 공식 스펙('The 2026-07-28 Specification', 2026년 7월 28일)은 프로토콜 코어를 무상태(stateless) 구조로 전환해 일반 HTTP 인프라에서 확장할 수 있게 했고, OAuth·OpenID Connect에 정렬된 인증과 장기 실행 작업(Tasks) 확장을 포함했습니다. 특별한 세션 서버를 따로 운영하지 않고도 기존 웹 인프라 위에 얹을 수 있다는 것은, 나중에 다른 팀이나 다른 벤더가 이어받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표준 준수 여부가 곧 이전 비용입니다

같은 기능을 개방형 프로토콜로 연동한 솔루션과 독자 방식으로 묶은 솔루션은 도입 시점 화면상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차이는 교체할 때 드러납니다. 그래서 발주사는 '무엇을 만드느냐'만큼 '어떤 규격으로 연결하느냐'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a computer circuit board with a brain on it

RFP·검수·계약에 넣을 실무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은 한국 IT·스타트업 현장에서 SI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바로 옮겨 쓸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한 것입니다.

  • RFP 요구사항: "외부 시스템·도구 연동은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MCP 등) 기반으로 구현하고, 벤더 독자 규격에만 의존하는 연동을 두지 않는다"를 기능 요건이 아니라 필수 요건으로 명시합니다.
  • 산출물 정의: 연동 서버·커넥터의 명세서, 사용한 프로토콜 버전, 인증 방식(OAuth·OpenID Connect 정렬 여부)을 문서 산출물로 요구합니다. 말이 아니라 문서로 남겨야 검증됩니다.
  • 모델·벤더 교체 조항: "특정 AI 모델 또는 벤더를 다른 표준 호환 제품으로 교체할 때, 연동 계층을 재개발하지 않고 설정 변경 수준으로 대응 가능해야 한다"를 계약 조건으로 넣습니다.
  • 검수 시나리오: 검수 단계에서 실제로 커넥터 하나를 다른 클라이언트로 붙여 보는 상호운용 테스트를 요구합니다. 하나의 MCP 서버가 서로 다른 AI 클라이언트에서 동일하게 호출되는지 확인하면 종속 여부가 드러납니다.
  • 지식재산·소스 귀속: 연동 코드와 서버 구성의 소유·이전 권리를 발주사가 갖도록 하고, 벤더 종료 시 인수인계 범위를 사전에 규정합니다.
  • 운영 이관 조건: 무상태 구조를 활용해 사내 인프라나 제3의 운영사가 이어받을 수 있는지, 특수 런타임에 묶이지 않는지 점검합니다.

표준 준수를 요구한다고 해서 벤더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방형 규격에 맞춰 설계할 역량이 있는 파트너인지가 드러나므로, 발주사와 개발사 모두에게 검증 기준이 됩니다.

마무리: 종속은 기술이 아니라 계약으로 막습니다

AI 솔루션 종속은 대개 나쁜 의도가 아니라 '편해서' 생깁니다. 독자 커넥터가 당장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업이 성장해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 그 편의는 발주사의 선택지를 좁힙니다. MCP가 중립 재단으로 넘어가고 무상태 구조로 정리된 지금은, 표준 준수를 요구할 근거와 검증할 방법이 함께 갖춰진 시점입니다. FIRSTPIP은 발주 단계에서 이 기준을 RFP와 검수 항목으로 구체화해, 도입 이후에도 발주사가 주도권을 쥐도록 설계하는 것을 우선합니다. 지금 준비 중인 AI·자동화 발주가 있다면, 계약서에 '연결 방식'이 명시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