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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솔루션 발주, 진짜 준비물은 '모델'이 아니라 'AI-레디 데이터'입니다

2026.08.168분

AI 프로젝트가 좌초하는 진짜 이유

AI·자동화 솔루션을 외주로 맡기려는 대표님과 실무자분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대개 "어떤 모델을 써야 하나요", "어느 벤더가 좋나요"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성패를 실제로 가르는 변수는 그 앞단에 있습니다. 바로 자사 데이터가 AI를 받아들일 준비(AI-레디)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a computer circuit board with a brain on it

가트너는 2025년 2월 발표한 보도자료(Lack of AI-Ready Data Puts AI Projects at Risk)에서, 조직들이 AI-레디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 AI 프로젝트의 60%를 2026년까지 포기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같은 자료에 담긴 2024년 3분기 데이터관리 책임자 248명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 조직의 63%가 AI에 필요한 올바른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했거나 갖췄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말해, 모델을 고르기도 전에 데이터에서 이미 절반 이상의 프로젝트가 위태로워진다는 뜻입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11월 국내 제조기업 504개사를 조사한 'K-성장 시리즈(7)'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2.3%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고, 활용도는 대기업(49.2%)과 중소기업(4.2%) 간 격차가 컸습니다. 비용 부담을 호소한 비율 역시 대기업(57.1%)보다 중소기업(79.7%)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응답 기업의 73.6%가 부담을 느낀다고 답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부터 서두르면, 정비 비용이 뒤늦게 눈덩이처럼 불어나 중소·중견 기업일수록 더 크게 흔들립니다.

발주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세 가지 병목

현장에서 AI 프로젝트를 멈춰 세우는 병목은 대체로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1. 데이터 사일로 — 흩어져 있어 모을 수가 없다

영업은 CRM, 재무는 ERP, 현장은 엑셀과 메신저에 데이터가 나뉘어 있고 서로 연결 키가 다릅니다.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학습·추론에 쓸 데이터를 한자리에 모으지 못하면 시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2. 비정형·저품질 — 있어도 쓸 수가 없다

PDF 계약서, 손으로 쓴 작업일지, 규칙 없는 상품명 표기처럼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가 상당수입니다. 결측·중복·표기 불일치가 방치된 상태라면, AI는 그 오류를 그대로 학습해 잘못된 결과를 자신 있게 내놓습니다.

3. 거버넌스 부재 — 써도 되는지 모른다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개인정보·영업비밀이 섞여 있지 않은지, 데이터의 원 출처와 갱신 주기가 관리되는지에 대한 규칙이 없으면 법적·보안 리스크가 프로젝트를 통째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graphs of performance analytics on a laptop screen

발주사 PM을 위한 데이터 점검 체크리스트

발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아래 항목을 스스로 답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니오'가 많을수록 모델 선정보다 데이터 정비가 먼저입니다.

  • 목적 정합성 — 풀려는 문제(예: 견적 자동화)에 직접 필요한 데이터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 접근성 — 그 데이터를 시스템에서 프로그램으로 추출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담당자 머릿속·수기 문서에만 있는가?
  • 품질 — 결측·중복·표기 불일치의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가?
  • 양과 이력 — 패턴을 학습할 만큼 축적됐고, 과거 이력이 남아 있는가?
  • 권한·보안 — 개인정보·민감정보 여부와 활용 가능 범위가 정리돼 있는가?
  • 오너십 — 데이터 정비와 갱신을 책임질 내부 담당자가 지정돼 있는가?

데이터 정비를 계약 범위에 넣는 법: 선진단 → 정비 → 구축

가장 흔한 실수는 데이터 문제를 '구축 중에 알아서 해결되겠지' 하고 넘기는 것입니다. 저희가 발주사에 권하는 순서는 명확합니다.

1단계 · 선(先)진단을 별도 과업으로 분리하세요. 본 구축을 계약하기 전에 짧은 데이터 진단(어세스먼트)을 먼저 발주해, 위 체크리스트 기준으로 데이터의 현재 상태와 정비 규모를 수치가 아닌 실측으로 확인합니다. 이 단계가 있어야 이후 견적과 일정이 현실적으로 잡힙니다.

2단계 · 정비를 계약서에 명시적 산출물로 넣으세요.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성, 정제 규칙, 표준 사전, 접근 권한 정책 같은 항목을 '누가·언제까지·어떤 기준으로' 완료할지 범위와 책임을 나눠 적습니다. 발주사가 제공할 데이터의 형식·품질 기준을 계약에 함께 못 박아 두면, 후반 분쟁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3단계 · 구축은 정비된 데이터 위에서 시작합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모델·벤더 선택은 오히려 가장 쉬운 결정이 됩니다. 데이터가 준비돼 있으면 여러 모델을 갈아 끼우며 비교하는 것도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AI 솔루션 발주의 첫 준비물은 최신 모델이 아니라, 정돈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은 채 시작하면 프로젝트는 화려하게 출발했다가 조용히 멈춥니다. 반대로 데이터부터 점검하고 정비 과정을 계약 범위에 정직하게 담으면, 예산과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크게 올라갑니다. AI 도입을 고민하신다면, '어떤 모델'이 아니라 '우리 데이터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진단부터 함께 설계하는 것이 저희가 SI 파트너로서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