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웹서비스 구축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검색 상위에 노출되고, 사용자가 링크를 클릭해 우리 사이트로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용자가 마주하는 화면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검색창에 질문을 넣으면 이제 파란 링크의 목록보다 AI가 요약해 주는 답변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사용자는 그 답을 읽고 만족한 채 검색을 끝냅니다.
이 변화는 체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됩니다. Pew Research Center가 2025년 7월 공개한 분석(2025년 3월 미국 성인 약 900명의 실제 브라우징 데이터)에 따르면, 구글 검색에 AI 요약이 표시된 경우 일반 검색결과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8%로, AI 요약이 없을 때(15%)의 약 절반에 그쳤습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AI 요약 안에 제시된 출처 링크를 실제로 클릭한 경우가 전체의 1%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AI 요약이 뜬 페이지를 본 뒤 아무 클릭 없이 브라우징을 끝낸 비율도 26%로, 일반 검색결과만 있던 경우(16%)보다 높았습니다.
흐름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2024년 2월 Gartner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2026년까지 전통적 검색 엔진 사용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바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예측이 현실로 진행되는 시점 위에 서 있습니다.
여기서 발주사가 짚어야 할 핵심은 이것입니다. 트래픽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우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로가 바뀌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사용자가 우리 사이트에 '방문'해서 콘텐츠를 읽었다면, 이제는 AI가 우리 콘텐츠를 대신 읽고 요약해 사용자에게 전달합니다. 우리 브랜드가 노출되려면, 사용자가 클릭하기 전에 먼저 AI가 답을 만들 때 인용하는 출처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흔히 GEO(생성형 엔진 최적화)라 불리는 접근의 출발점입니다. 기존 SEO가 '검색엔진이 우리를 몇 번째로 보여줄까'를 겨냥했다면, 이제는 'AI가 답변을 조립할 때 우리 문장을 근거로 집어들까'를 겨냥합니다. 순위 경쟁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출처가 되는 경쟁입니다.
문제는 이 설계가 사이트를 다 만든 뒤 마케팅 단계에서 얹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콘텐츠 구조, 데이터 마크업, 페이지 렌더링 방식은 구축 초기의 정보설계와 개발 아키텍처에 뿌리를 두기 때문에, 요구사항서 첫 장에서 명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되돌리는 비용이 훨씬 큽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의 신규 서비스·리뉴얼 프로젝트에서는 이 항목이 아예 빠진 채 발주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신규 구축이나 리뉴얼을 준비하는 발주사라면, 아래 항목을 요구사항서에 구체적으로 적어 두시길 권합니다. 개발 파트너와의 견적·검수 기준이 명확해지고, 완성 후 '왜 우리 콘텐츠는 AI 답변에 안 나오냐'는 뒤늦은 질문을 줄일 수 있습니다.
AI가 검색을 대신 답하는 흐름은 되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환경에서 웹서비스를 '링크를 클릭하게 만드는 것'만을 목표로 지으면, 완성되는 순간부터 시대와 어긋난 자산이 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AI가 신뢰하고 인용하는 출처가 되도록 구조화 데이터와 인용 가능한 콘텐츠, 기계 판독성을 요구사항에 담으면, 같은 예산으로도 훨씬 오래 가는 서비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결정이 구축 첫 단계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개발 파트너와 킥오프하기 전, 요구사항서에 GEO와 구조화 데이터 항목이 들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FIRSTPIP은 신규 개발과 리뉴얼 초기 단계부터 이런 설계 기준을 함께 정의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