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개발을 검토하는 자리에서 "AI를 쓰면 개발이 빨라지니 일정도 당길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절반은 맞습니다. 코드 초안을 뽑아내는 속도는 분명히 빨라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화면이 켜지고, 결제가 돌고, 실사용자가 쓰는 시점, 즉 '인도(delivery)'는 기대만큼 당겨지지 않거나 오히려 뒤로 밀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발주사 입장에서 이 어긋남을 미리 이해하지 못하면 일정 협상과 계약 조건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Google Cloud가 2025년 9월 발표한 2025 DORA 보고서(약 5,000명의 기술 전문가 조사)는 이 현상을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AI 도입은 소프트웨어 인도 처리량(throughput)과는 긍정적으로 상관하지만, 인도 안정성(delivery stability)과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상관했습니다. 보고서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옮기면 "AI는 팀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상태를 증폭한다"입니다. 리뷰·테스트·배포 역량이 약한 팀이 AI를 얹으면, 약점이 그대로 커진다는 뜻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90%가 업무에 AI를 사용하고 80% 이상이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지만, 약 30%는 AI가 생성한 코드를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신뢰하지 못하는 코드는 결국 사람이 더 오래 들여다봐야 합니다. 코드가 많아질수록 검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납니다.
Harness의 State of AI-Driven Software Releases 2026 조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조직의 57%가 위험도와 무관하게 AI가 생성한 모든 코드 라인에 사람이 개입하는 수동 리뷰를 요구했고, 그 그룹의 38%는 AI 도구 도입 전보다 코드 리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앞단에서 아낀 시간이 뒷단에서 다시 나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검수 시간만이 아닙니다. 배포 단위 자체가 커지고 있습니다. 같은 Harness 조사에서 응답자의 32%는 AI 생성 코드 도입 이후 릴리스(배포 단위) 크기가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한 번에 나가는 변경이 크면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좁히기 어렵고, 롤백 비용도 커집니다.
더 눈여겨볼 지점은 검증 체계입니다. AI 생성 코드에 대한 별도의 가드레일을 갖춘 조직은 49%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절반가량은 AI 이전과 똑같은 리뷰·검증 프로세스로 AI 코드를 배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코드는 몇 배로 쏟아지는데 그것을 거르는 체는 예전 그대로라면, 새는 곳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발주사가 체감하는 결과는 '재작업이 잦다', '배포하면 뭔가 터진다', '검수가 안 끝난다'로 나타납니다.
핵심은 관점의 전환입니다. 일정을 '코드가 얼마나 빨리 나오는가'가 아니라 '검수·QA가 얼마나 빨리 소화되는가', 즉 다운스트림 처리량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견적서에 '개발 2주'라고 적혀 있어도, 리뷰와 테스트가 그 속도를 못 따라가면 인도일은 그 뒤에 결정됩니다.
AI는 개발의 시작을 빠르게 하지만, 끝을 자동으로 앞당겨 주지는 않습니다. DORA와 Harness의 조사가 공통으로 보여주듯 병목은 코드 생성에서 리뷰·테스트·배포 안정성으로 이동했고, 검증 체계를 함께 손보지 않은 팀에서는 재작업과 배포 실패가 늘어납니다. 발주사가 할 일은 '더 빨리 만들어 달라'가 아니라, 검수·QA 처리량을 일정의 기준으로 놓고 안정성 지표를 계약에 적어 두는 것입니다. FIRSTPIP은 견적과 마일스톤을 짤 때 리뷰 용량과 재작업 버퍼, 변경 실패율·재작업률을 함께 설계해, 받는 시점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일정을 합의합니다.